2008년 12월 30일 화요일

“성우가 뭐길래”…200대 1 경쟁은 예사

성우가 뭐길래”…200대 1 경쟁은 예사. 한때 박기량, 배한성, 송도순, 권희덕과 같은 스타성우들이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인 가제트, ...



한때 박기량, 배한성, 송도순, 권희덕과 같은 스타성우들이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인 가제트, 톰과 제리, 최진실 목소리는 곧바로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몇몇 성우의 익숙한 목소리는 인기를 얻었다.

스타급 성우가 브라운관에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보단 목소리에 더 익숙한 그들이기에 방송에 나오는 얼굴과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매치시키는 것은 은근히 잔재미가 있었다.

이제 성우는 이전처럼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영역은 영화나 애니매이션 더빙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무한진화 중이다.

▶공채성우, 200대 1의 경쟁률=KBS가 지난 9일 34기 공채 성우 최종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공채 시험에선 약 2200명의 수험생이 지원해 대략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총 12명의 합격자가 선발됐다. 성우 공채시험 전형과정은 1차 2차로 나뉘어 진행, 1차에서는 목소리와 연기력을 중심으로 평가를 매긴다. 대본을 주고 내레이션을 읽거나 드라마 속 인물연기를 통해 36명을 거른 후 2차 심층면접에선 주로 순발력과 창의력 등을 위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방송국 성우공채시험에는 특이한 이력자들이 유독 많이 모인다. 이번에는 35년생,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지원자도 눈에 띄었으며, 주부, 연극배우, 펀드매니저 출신 등 다양한 지원자들도 몰려들었다.

지원자는 대부분 성우아카데미나 학원은 기본으로 다니며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로 7~8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성우가 되려고 준비한 이들도 있었다. 또 성우지원자들 중 성우협회에 가입된 정식 성우는 아니지만 아르바이트형식으로 일하며 돈벌이를 하는 언더그라운드 성우들도 상당수 있다.

이번 공채합격자 역시 성우가 되려고 최소 3~4년 이상 준비한 이들로 합격자 중 최연장자는 73년생으로 알려졌다.

사실 공영방송인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에서는 공채 출신의 전속성우보단 프리랜서를 많이 기용하는 편이다. 방송국 주최로 공채를 뽑아 전속을 유지하려면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활용도는 적은 편이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송국 운영방침에 따른 탓이다.

성우라는 직업의 독자적인 영역과 전문성이 돋보이는 일본은 성우 프리랜서제를 철저히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식적인 프리랜서 성우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방송국 공채 3년이라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후 공채전속 3년이 끝나면 프리랜서 성우의 자격을 획득해 공식적으로 협회에 소속된 정식 성우가 된다. KBS 성우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성우협회에 정식 등록된 성우는 KBS 약 500명, MBC 200명 가량, EBS, 투니버스 등 각종 방송국 공채까지 포함해 총 1000여 명 내외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이 숫자는 실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 중인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우들의 숫자를 제외한 수치다.


▶도대체 성우의 매력이 뭐길래?= 성우라는 직업의 특별한 매력이 뭐기에 이같이 많은 이들이 성우의 관문을 뚫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걸까. 성우공채시험장은 다양한 스펙의 지원자들이 몰려드는 기이한 고사장이며, 거의 준 연예인수준의 끼를 가진 이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성우의 활동영역도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폭넓은 영역을 오고 간다. 기존 성우하면 외화나 애니메이션 더빙, 광고만 떠올리지만 버스나 지하철 안내방송이나 네비게이션, ARS까지 성우들의 목소리가 생활 곳곳에 폭넓게 침투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번 KBS 공채성우로 합격한 홍수정씨는 성우의 매력으로 “목소리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그 묘미”라고 꼽았다. 또 대중매체를 통해 멋진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해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전했다.

성우 조규준씨는 “기본적으로 성우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예전에는 과장된 목소리 연기가 트렌드였다면 요즘엔 ‘성우 같지 않게 해주세요’ 라는 주문을 받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가 각광받는다”고 성우의 핵심 능력은 목소리와 연기력의 적절한 조화임을 강조했다.

또 연기라는 것이 아는 만큼 느끼고 생각한 만큼 표현 되는 것이니 만큼 단순히 목소리 연기연습에만 치중하지 말고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며, 책이나 TV를 많이 접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함을 성우의 자질로 덧붙였다.

▶예전 성우 VS 요즘 성우=과거엔 몇몇 성우들의 독점기가 있었다. 내레이션 하면 누구, CM하면 누구를 떠올리던 시대가 있었던 것. 특히 내레이션은 10년 전만해도 성우들의 고유영역이었으나 요즘은 아나운서나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성우 안지환씨는 “성우의 영역을 침범당한다기 보단 사회 전반에 걸쳐 만능 엔터테이너가 각광받는 트렌드가 된 것”이라며 성우들도 독자적인 영역확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수가 MC나 연기자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처럼 성우들도 방송을 빛내는 조연에만 머물지 말고 방송의 주체로 좀 더 독자적인 영역을 개발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에는 성우들이 TV에 출연해서 MC로 나서기도 하고 성우들이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르는 콘서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이름만 들으면 혹할 만한 스타성우들이 즐비하다.

또 대중들이 좋아하는 목소리에도 유행이 있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좋으면 무조건 성우가 되는 분위기였으나 요즘에는 목소리만큼 연기력이 매우 중요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색채, 개성이 있어야 통한다.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이 존재하듯 목소리에도 유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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