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5일 일요일

박사 학위 받은 CEO들

[CEO Lounge] 올해 명예박사 학위 받은 CEO들. [ 2008-03-11 12:29:55 ] ... 올 들어 명예박사 학위받은 CEO들을 살펴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 6월 8일 ...


불안한 시기일수록 더 공부해야 한다. 인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재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들이라면 이미 실행하고 있는 일이다. 바쁜 일과 중에도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그들. 일부는 일반인들도 도전하기 어려운 박사 학위까지 달성해 낸다. 대표적인 주인공들을 알아본다.

김석중 피닉스자산운용 사장

애널리스트 경험 논문에 녹여

김석중 피닉스자산운용 사장(51)은 증권가 애널리스트 1세대다. 80년대부터 경제동향과 금융시장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내는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그가 최근 동국대에서 받은 박사 학위는 그 내공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제출한 논문 제목은 ‘금리 스프레드(격차)의 경기 예측력에 관한 연구’.

김 사장은 “외국에선 장·단기 금리차가 주는 의미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논문이 많지만 한국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 주제로 도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경기호황이 예상되면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고 경기 위축을 앞두고선 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심하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례로 미국에선 1960년 이후부터 2001년까지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상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가 10차례 발생했는데 대체로 1년 이내 경기 침체를 몰고 왔죠. 최근 경기 악화도 금리 스프레드가 많은 걸 설명해줍니다.”

그는 우리나라 국고채 5년물과 3년물을 장기 금리로 삼고 1년 통안채 수익률과 CD금리(3개월), 콜금리를 단기 금리로 삼아 그 차이를 분석했다. 애초 의도대로 금리 스프레드(차이)가 실물경제활동에 어느 정도의 설명력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여러 가지 결론을 얻었다. 1년 만기 통안채를 단기 금리로 사용한 경우 콜금리와 CD금리(91일)를 기준으로 삼은 것에 비해 장기적으로 설명력이 우수하단 사실이 첫 번째. 또 금리 스프레드 외에 콜금리 추이 등을 변수로 추가했을 때 경기 설명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 등도 증명했다.

김 사장이 박사를 따기까지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2002년 가을학기에 박사 과정을 시작해 무려 7년 만에 졸업장을 딴 것만 봐도 그렇다.

김 사장은 2002년 이후 교보증권, 굿모닝증권 등에서 리서치센터장, 법인영업 담당 임원 등을 맡으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박사 도전 자체를 포기할 수 있는 업무량이었던 셈이다.

논문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박사 과정에 들어선 지 5년째였던 2007년이다.

“피닉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며 난생 처음 CEO 자리를 맡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인 만큼 이전에 벌인 일부터 제대로 수습하겠단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시작한 게 논문 쓰기였답니다.”

김 사장은 “논문을 쓰다 보니 거시 현상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며 “CEO로서 미래를 내다보고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목표로 했던 박사 취득을 계기로 피닉스자산운용을 명실상부한 운용업계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

논문도 ‘액션러닝’으로 승부

“화젯거리가 될까요?”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58)은 무척 겸손했다. 최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에 대한 소감을 묻자 손사래를 친다.

서 사장은 CEO로서의 활약을 졸업논문에 녹였다. 논문 제목은 ‘조직개발형 액션러닝 프로그램의 핵심성공요인’이다. 전사적 차원의 조직개발형 액션러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현대오일뱅크 사례를 중심 내용으로 다뤘다.

액션러닝이란 영국의 레그 레번 교수가 개발한 팀단위의 실천학습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팀단위 실천학습’이라고 하는데 제기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의견을 활발히 내놓고 학습하며 지원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서 사장 주도로 지난 2003년부터 개최된 현대오일뱅크의 액션러닝 발표대회는 회사 내부에 이 같은 과정을 활성화한 일등 공신이다. 한 해 동안 실제 업무에서 닥쳤던 문제점들을 해결한 성과를 평가하는 대회로,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 절감과 수익창출 효과를 낳고 있다.

서 사장이 CEO로 부임하기 전 현대오일뱅크는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골칫거리 회사였다. 직원들마다 위기의식도 없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상황은 심각했다. 서 사장은 회사 상황을 알리기 위해 임직원과 경영진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애를 썼다. 액션러닝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바꿔나간 것도 이때다. 기업 실적부터 취임 첫해 흑자로 돌아서는 등 효과는 대단했다. 서 사장 스스로 자랑할 만한 대목이다. 그는 실제 “앞으로 액션러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기관)에 핵심 성공요인을 제공하려는 게 논문을 쓰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조강래 비엔지증권 사장

국내 최초 사회책임투자펀드 박사

조강래 비엔지증권 사장(53)은 지난 12월 가톨릭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논문 제목은 ‘사회책임투자펀드(SRIF)의 투자성과에 관한 연구’.

“환경, 윤리경영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는 많았죠. 주로 사회적 가치를 잘 지켰더니 기업 가치도 올라가더라 하는 내용입니다. 전 실제 사회적 책임을 잘 따르는 기업에 일반인이 투자했을 때 얼마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따져봤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박사 논문으로 이런 주제를 잡은 건 제가 대한민국 최초더라고요. 외국엔 이미 가장 인기 있는 주제인데 말이죠.”

그의 연구에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SRI 펀드 역사가 너무 짧다는 사실이었다.

국내에서 운용하는 SRI 펀드가 처음 선보인 건 2006년경. 때문에 수익률을 면밀히 따져볼 기간이 없었다. 그의 논문은 이런 현실을 반영, 2007년 12월 31일자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 펀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일부 역추적하는 기법을 썼다.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 펀드는 산업정책연구원(IPS)이 사회적 책임 수행 정도를 따져 엄선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산은자산운용이 운용한 국내 대표 SRI 펀드다.

논문에 나온 수익률 계산 전체 기간은 2002년 12월 30일부터 지난해 2월 29일까지 5년 2개월이다.

결론이 흥미롭다. 펀드의 누적초과수익률이 코스피보다 24.3% 높게 나온다는 부분이다.

수익률 변동은 크지 않았다. 변동성을 따지는 대표적 지표인 베타계수가 전체 코스피를 1로 봤을 때 0.99로 나온 것이다.

시장 위험보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기업에 윤리적인 경영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봤을 때 윤리를 따르는 기업의 주가가 다른 곳에 비해 낫다는 덴 이견의 여지가 없었죠.”

그가 연구 기본 소재로 삼은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 펀드는 조 사장이 이전 산은자산운용 대표를 맡으며 내놓은 상품이기도 하다.

실무 경험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을 수밖에 없다.

조 사장은 지난 99년 하나증권 이사, 유화증권 상무에 이어 2004년 유리자산운용 사장, 2005년 산은자산운용 사장 등을 맡았다.

지난해 10월 비엔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까지 왔다.

가톨릭대 경영학 박사 과정은 2006년에 시작했다.

이후 근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은 무조건 박사 공부에 바치는 노력을 기울였다.

조 사장은 이제 박사 논문을 쓰면서 느꼈던 점을 다시 실무에 반영하고자 한다.

“증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죠. 결론은 질 높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비엔지증권에선 그 첫 단계로 단기 매매를 부추기는 신용·미수제부터 없앨 겁니다. 앞으로 제 계획을 물으신다면 오직 정도경영이라고 답하고 싶군요.”

채천석 충북개발공사 사장

생애 두 번째 박사 학위 얻어

채천석 충북개발공사 신임 사장(56)은 이미 행정학 박사다. 그런데 이번에 법학 박사까지 취득했다. 얼마 전 고려대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간접손실 보상에 관한 연구’ 논문이 박사 자격 심사에 통과하면서다. 그는 2001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과에서 부동산전공으로 이미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었다.

이번 논문은 공공사업에 대한 피해와 관련해 국민 권리 차원에서 손실보상이 쉽도록 관련 보상법을 보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공사업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소음, 진동, 악취 등의 환경이익 침해엔 소송밖에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피해자가 사업시행자의 위법이나 과실 등을 증명해야 하기에 피해구제조차 쉽지 않죠. 자연히 공익사업 자체에 대한 집단저항이 나타나고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단 사실을 논문에 강조했습니다.” 공기업 CEO가 법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뭘까.

지난 99년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구성된 건설교통부의 공공사업효율화 추진단에 참여한 경험이 직접적이었다. 그는 당시 토지보상법 제정 연구과정에 참여했다.

자연스레 공공사업에 따르는 피해자 권리구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 그는 2001년 9월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해 부동산 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이후 기울인 노력은 대단했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회사 주변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직원들이 전부 퇴근한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수업 준비를 하는 건 기본이었다. “CEO가 기업 경영이 아닌 자기개발에나 힘쓴다면 손가락질받을 일이죠. 하지만 본인이 쉴 시간을 줄이며 일과 학문을 병행한다는 건 장려할 일입니다. 앞으로 많은 박사 CEO가 나오길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