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짧은 게 아쉬웠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큰 수확이죠."6일 우리은행 서울 장교동 삼일로 지점에서 5주간의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마친 장미리(23ㆍ여)씨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인턴 생활을 통해 자신이 기대한 것 보다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고교 1학년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난 뒤 호주 그리피스대학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유학파 출신. 해외에서 외국어를 배우고 전문지식을 쌓아 한국 기업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어릴 적 소망을 이루기 위해 올해 초 귀국했다.
귀국 직후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우리은행 인턴사원. 우리은행이 청년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진행하는 직장 체험 프로그램에 신청,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우리은행 인턴사원 생활은 생소했던 국내 기업을 직접 체험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은행 문을 열고 들어온 고객들에게 웃으며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무적 대화만 하는 호주은행과 너무도 달랐다.
돈다발을 부채처럼 펼쳐 순식간에 돈을 세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경쟁은행을 탐방해 직접 상담을 받고 대출 금리표를 작성하는 경험도 했다. 자신이 직접 개설한 우리은행 통장 사본은 '보물 1호'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장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입사원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앞에 있는데 그냥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배운 것도 많았다. 그는 "모든 창구가 분리돼 있는 것 같지만 정말 유기적인 팀워크가 없으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곳이 바로 은행"이라며 "첨단 시설보다는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인턴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자신도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신입사원 1,5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8%가 인턴 경험이 취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외 유학파인 그가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장벽은 외국과는 다른 입사 전형 방식이다.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인턴 생활 동안의 성적을 토대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지만, 국내 기업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장씨와 같은 해외 유학파를 위한 전형을 따로 하지 않아 서류 통과 차제가 어렵다.
학점과 어학점수 등 '스펙 관리'도 숙제 거리다. 장씨가 아무리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토익과 토플 등 공인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은 게 현실이다. 장씨와 같은 해외 유학생 출신들은 이런 현실을 모른 채 해외 무역이나 해외 금융쪽에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장씨는 "영어 실력을 보여줄 기회(면접)를 잡으려면 기업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도 잘 익혀야 한다. 우리은행의 한 채용 담당자는 "유학파 출신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결정적인 실수"라며 "최근 들어 채용 담당자들이 지원자의 스펙은 거의 보지 않는 대신, 자기소개서 내용을 꼼꼼히 보고 열정과 논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장씨처럼 국내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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