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1일 수요일

‘비비디바비디부~~ ‘신들린 주문’만든 그 여자


‘비비디바비디부’를 아는가. 모른다면 당신은 50대 이상이다. ‘비비디바비디부’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은 같지만 무슨 의미냐는 대목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신. 아마도 40대 이상일 것이다. ‘비비디바비디부’가 무슨 뜻인지 아는 것까진 좋다. 그렇다면 ‘비비디바비디부’를 한번에 틀리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가. 급한 마음에 ‘비바디’라고 벅벅거린다면 당신은 30대 이상이다. ‘살라카 둘라 메치카 불라 비비디바비디부’를 원래 음정에 맞게 리듬에 맞춰 부를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20대 이하다.

‘비비디바비디부’. 이 주문 하나로 세대 구분이 가능하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선 ‘힘내’ ‘행운을 빌어’ ‘걱정마’란 말이 다 거추장스럽다. ‘비비디바비디부’란 주문 하나로 마음이 통하고 의미가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요즘 ‘비비디바비디부’란 주문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정신없이 바쁘고 온갖 곳이 다 아픈 신은주(37) TBWA 광고기획팀 국장인 것 같다. 신은주 국장은 ‘되고송’에 이어 ‘비비디바비디부’로 SK텔레콤의 ‘생각대로T’ 캠페인을 띄운 주인공. 9명에 이르는 팀원을 이끌고 연이어 ‘성공 주문’을 위한 마법 지팡이를 들었다.

처음 선보인 옴니버스편에서 갖고 있던 풍선을 놓쳐 울음이 터진 아이, 골대를 맴도는 마지막 볼을 바라보는 농구경기장, 쇼윈도의 비싼 옷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는 여자 모두에게 필요한 주문은 ‘비비디바비디부’다. 주문을 외우는 순간 커다란 솜사탕을 든 남자아이가 짠하고 나타나고, 볼은 골대로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쇼윈도 앞엔 80% 세일 카드가 붙는다.

불가능처럼 보이는 꿈 앞에서도 왠지 기운이 나는 주문, 힘이 쭉 빠지는 상황에서도 왠지 기분 좋아지는 메시지다. 신 국장은 “제작팀에 있는 한 젊은 직원이 ‘비비디바비디부’란 말을 처음 꺼냈을 때, 직감적으로 좋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무슨 의미를 담고 어떤 형식으로 광고를 펼쳐보여 소비자들이 반응하게 하는가가 그다음 문제였죠.” 신 국장이 말하는 광고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광고란 일방적인 얘기가 아니라 공감을 끌어내는 대화기 때문이다.

비비디바비디부가 채택되기까지는 4개 업체의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있었다. 히트작 ‘되고송’에 이은 기대감도 컸고 ‘비비디바비디부’가 ‘생소할 수 있는 주문’인 만큼 강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비비디바비디부’가 이른 시간 내에 사람들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다른 팀원의 휴대폰 벨소리를 미리 ‘비비디바비디부’ 음원으로 만들어 넣어뒀습니다. 그리고 발표 도중에 살짝 손을 밑으로 내려서 전화를 했죠. 조용한 가운데 ‘살라카 둘라 메치카 불라 비비디바비디부’란 흥겨운 음이 흘렀습니다. 살짝 어색한 시간이 잠깐 이어졌지만 덕분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죠.”

이미 유행을 탄 ‘비비디바비디부’의 위력은 신 국장도 실감하고 있다. 회의하다가 잘 안 풀리면 누군가가 뜬금없이 ‘비비디바비디부’를 외치기도 하고 자신이 기획했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도 문자로 ‘비비디바비디부’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자기의 기쁨이 작게 실현되는 순간을 일상에서 느낀다는 광고 속 메시지가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들이다.

“아들이 한 명 있는데, ‘되고송’이 한창 나올 때 피아노 연습을 하라고 하면 ‘오늘 안 하면 내일 하면 되고~’라고 엄마를 놀리더라고요. 그런 아들에게 ‘엄마가 그걸 만들었다’고 하면 ‘뻥치지마’라고 대꾸했거든요. 그런 아들이 요즘은 ‘비비디바비디부’를 입에 달고 살아요. 광고 촬영 전 ‘비비디바비디부’ 녹음을 진행할 땐 장동건 씨나 정지훈 씨 모두 실제 수상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주문을 한 번 외쳐보고 싶다고도 하더라고요.”

95년 오리콤에 입사하면서 ‘광고쟁이’의 삶에 첫발을 내디뎠으니 신 국장의 광고 부문 경력만 15년째다. 그간 만삭의 몸을 이끌고 경쟁 PT에 나서기도 하고 39도로 열이 펄펄 끓으면서도 진통제를 먹고 PT를 마치면서 일에 매달려 왔다. ‘생각대로T’뿐 아니라 ‘사람을 향합니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엑스캔버스 하다’ ‘웅진 쿠첸’ ‘리바이스’ 등 1년에 400편이 넘는 광고들이 신 국장의 손을 거쳐가고 있다.

“제가 신기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광고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우선 직관입니다. 광고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고 소통의 방법은 직관으로 찾아낼 수 있거든요. 그다음은 순발력입니다. 광고도 비즈니스입니다. 광고주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업이자 사회와 대화하는 작업이니까요. 혼자 끌고 가는 말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경기인 만큼 순발력이 강점이 되죠.”

그에게 광고는 ‘절대 질릴 일이 없을 것 같은 일’이다. “매번 다른 프로젝트를 만나고 다른 광고주와 모델들을 만나니 늘 새롭죠. 어려운 경제처럼 광고 환경도 갈수록 각박해져가고 있지만 브랜드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실무 쪽으로 계속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광고 일’을 하고 싶은 것이지, 단순히 ‘광고회사’를 다니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요.”
일을 하고 싶고 일을 즐기고 싶은 요즘 광고를 만든 이도, 광고를 보는 이들도 모두 ‘비비디바비디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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