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일 목요일

[기자수첩] 서민 불편 안중에 없는 '은행 영업시간 변경'

2009년 4월 2일 ... [기자수첩] 서민 불편 안중에 없는 '은행 영업시간 변경'. 선정민·경제부 sunny@ chosun.com. 기사; 100자평(0). MSN 메신저 보내기; 뉴스알림신청 ...


선정민·경제부

은행들의 영업시간이 30분씩 앞당겨진 1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의 A은행 지점을 찾았다. 지점 문이 열렸으나 객장은 한산했다. 첫 손님이 9시9분에 왔고, 9시20분에도 손님(3명)보다 상담 직원(8명)이 많았다.

은행이 문을 닫는 오후 4시 직전에 다시 A은행에 갔다. 객장에는 고객 13명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경비원은 4시 정각이 되자 정문 셔터를 내리고 흰색 커튼을 쳤다. 그러나 이후 30분간 줄잡아 10여명이 은행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감시간이 30분 앞당겨지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은행 인근에서 식당을 한다는 백모(43)씨는 "점심 손님 보내고 정리하면 4시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이 누구를 위해 영업시간을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7개 은행들이 1일부터 영업시간을 30분씩 앞당겼다. 문 여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에서 9시로, 마감시간은 오후 4시30분에서 4시로 빨라졌다. 은행들은 "고객의 편의에 맞도록 시간대를 조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객들은 불편이 더 많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개장시간인 오전 9시30분~10시보다 폐장 직전인 오후 4시~4시30분에 은행을 찾는 고객이 4배나 많았다. 그렇다면 은행은 왜 영업시간을 앞당긴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 증권사에 대항해 자기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조만간 증권사 계좌를 통해 대부분의 은행업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고객이 9시에 증권사 객장에 나가서 주식도 살피고 은행업무도 보면 은행에 큰 위협이 된다고 본 것이다. 영업시간을 앞당기면 은행지점 직원들의 퇴근시간이 빨라진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은행도 생존을 위해 이익을 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주부·자영업자·학생 등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금융위기 속에서 서민대출과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들어온 은행권이 이제는 고객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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