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 2000만원
게임산업은 눈부신 성장...선수 복지는 전무
2007프로리그 전기 결승전 모습. 수많은 인파가 운집한 모습이 장관이다. |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e스포츠 산업. 현재 국내 e스포츠는 21개 종목에 달하며 이들 종목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인구만도 1900만명으로 추정된다. 타 스포츠 스타 선수처럼 프로게이머 역시 연예인급 대우를 받으며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에도 심심찮게 출연한다.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되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좁은 문’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부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얼마 안 있어 은퇴를 하게 된다. 스타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연봉도 낮아 은퇴준비도 쉽지 않다. e스포츠협회 차원의 복지 시스템도 없어, 은퇴 후에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e스포츠는 몸집은 커졌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는 셈이다.
◆ 눈부시게 발전하는 게임산업
최고 연봉 2억5000만원, 인기 선수의 인터넷 팬카페 가입 인원수는 60만을 훌쩍 넘는다. 경기에는 오빠부대를 방불케 하는 여성팬들과 굵직한 목소리의 남성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다. 세계적인 대회도 매년 열려 국가대표도 선발한다. ‘한류’의 원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해외 팬들도 많다. 입대 후에도 군 게임단에서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다. 출범 11년째를 맞는 e스포츠의 현 주소다.
e스포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200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e스포츠 시장규모는 2004년도 267억원에서 2007년 774억원, 2010년에는 1207억원으로 연평균 28.8%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는 예상보다 2년이나 빨리 게임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선수 규모 역시 프로와 준프로를 합쳐 1089명에 달한다. 프로야구 1,2군을 합친 선수가 6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선수층은 더 두텁다.
프로 스포츠의 꽃이라고 하는 FA도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는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성장을 배경으로 스타크래프트 선수인 임요환은 “야구가 없어지지 않듯 e스포츠도 영원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자난해 12월 ‘게임산업진흥 제2차 중장기 계획 발표 및 간담회’를 개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2012년까지 3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정식종목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 정식 스포츠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게임산업. 그러나 그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
◆ 스타크래프트에만 편중...선수 복지 시스템 없어
그러나 e스포츠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산업적으로 볼 때 가장 큰 문제점은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전체 등록 프로게이머의 70% 이상이 스타크래프트 선수이다.
게임 전문 채널인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방송 비중을 봐도 스타크래프트가 60%이상이다.
언뜻 보아 인기가 많은 종목의 선수가 많고 방송도 많이 타는 것은 당연해 보이다.
그러나 게임의 특성상 인기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스타크래프트가 10년 넘게 정상의 인기를 누려왔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일이다.
언제 새로운 게임이 등장해 스타크래프트 팬들을 흡수할지 모를 일. 스타크래프트가 흔들리게 되면 게임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 지망 직업 1위를 차지했다. |
선수복지 문제도 심각하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e스포츠협회 공식 대회에서 2회 이상 입상한 뒤 소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설령 ‘하늘에 별’을 따더라도 팀에 입단을 해야 하고 여기서 다시 몇몇이 걸러진다. 팀에 입단하고서는 하루 평균 10시간의 혹독한 훈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빨래와 청소 등 잡일을 해야 하는 것도 연습생들의 몫.
피나는 연습 끝에 주전이 됐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1군 주전 선수 평균 연봉은 2000만원 초반 수준. 그러나 각 구단의 연봉이 공개가 되지 않는 만큼 1000만원 이하라는 얘기도 있다. 몇몇 스타 선수들의 억단위 연봉에 가리워진 열악한 현실이다.
의외로 부상문제도 프로게이머들을 위협한다. 몇몇 선수들은 무리한 연습 끝에 손목, 허리 등에 부상을 당한다. 자연히 주전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슬럼프를 겪거나 심할 경우 은퇴를 하기도 한다.
e스포츠 특성상 선수들의 나이가 타 프로 스포츠에 비해 어려 학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 게이머 평균 나이는 21.7세인데 중고등학생인 경우 대부분 학업을 병행하지 못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아예 자퇴를 하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 게이머 은퇴자 수는 연간 20명 정도이다. 준프로 등록대상자까지 합치면 프로에 데뷔하는 게이머가 400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은퇴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게임에 전념, 평범한 사회생활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은 프로게이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10년 만에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e스포츠이지만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파고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은퇴선수를 안을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다.
게임과 연관이 있는 업종이라곤 해설자나 캐스터, 구단 코치나 감독 정도여서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요환 선수는 “내가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던 때와는 달리 현재는 많은 기업팀들이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고, 리그도 안정화 되어 있어서 성공할 수 있는 문은 만들어져 있다”며 “그러나 그 성공의 문은 더 좁아졌고 굳은 각오가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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