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 대표 "부작용은 자정·자율 프로세스로"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가 요즈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유업무로 인한 일정이라기 보다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한국 정부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강제에 정중하게 거절(?)하고 나서면서 뉴스인물의 중심으로 섰기 때문이다. 16일에도 이 대표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뉴스24는 이메일을 통해 이 대표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 '사이버 망명'이란 용어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인터넷 규제로 다른 사이트로 옮겨간다는 의미인데.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 구글코리아 내부에서 다음의 '아고라'같은 토론광장 서비스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상황을 두고) 사이버 망명으로까지 명명하는 것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이용자들이 익명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를 원하고 이런 서비스를 찾아서 간다는 것은, 인터넷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라고 본다.
구글에는 이미 블로그 플랫폼이 있다. 또한 구글은 검색을 통해 열린 의사소통과 토론문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검색을 통해 이용자들이 더 많은 정보와 의견을 접할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구글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하루 10만명 이상의 방문자를 보유한 게시판 기능이 있는 인터넷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이다. 유튜브는 2009년 4월부터 본인확인제를 적용해야 하는 서비스에 지정이 됐다.
모든 사람은 글을 올리기 위해 실명과 주민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이 제도는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는 대신, 한국 국적 사이트에서 자발적으로 동영상과 댓글 업로드 기능을 중단했다. 게시판 기능이 없기 때문에 본인확인 적용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익명성이 인터넷에서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우리는 국내 사용자들의 익명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가 좀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의사결정이 힘든 양면의 문제일때는 이용자를 우선 생각한다는 원칙에 기반해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는 이용자를 위해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결정했다면 실명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제도이다. 그동안 인터넷이 만들어 왔던 많은 장점들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
-본인확인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나.
"그렇다. 현재 22개의 국가 사이트를 갖고 있는 유튜브가 전세계에서 본인확인을 요청받은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유튜브는 그동안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터어키, 이란, 이라크 등에서 차단이 됐던 적이 있다.
이런 차단은 정부에서 접속을 차단해서 일어난 것인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유튜브를 통해 민감한 정치나 사회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이 되고 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중국에서는 티벳관련, 미얀마에서는 승려들의 민주화시위 관련, 태국에서는 국왕 모독관련, 방글라데시에서는 총리 모독 관련한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유튜브가 이용자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동안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명예훼손이라든가 사생활침해,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피해 사례도 많은데.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을 좀 달리 해 봤으면 좋겠다.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승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고 이들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차를 타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익명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에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것에 더 큰 실익이 있다고 본다.
인터넷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그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 제도와 법을 통해 강제하기 보다는 인터넷 문화를 바로 잡아가야 가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장터이다. 이용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댓글이나 동영상을 보면 신고를 한다. 모든 이용자가 동시에 모니터링 요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토론의 장은 이런 자정작용, 자율적인 프로세스에 맡겨져야 한다고 본다."
-본인확인제와 실명제는 다른 개념으로 알고 있다. 실명제는 웹상에 이용자의 실명이 올라가는 것이지만 본인확인제는 실명확인이 되면 인터넷에서 별명이나 ID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인데 이것도 역시 익명성 침해라고 보는지.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실명제가 겉으로는 다르지만 기본적인 생각과,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결과에서 보면 동일하다. 본인확인제나 실명제 모두 이용자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경우에만 의견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자료는 보관이 돼 필요할때 사회적 강자에 의해 잘못 활용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닉네임으로 나오지만 본인의 신원이 언제든 파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다보면 당연히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구글코리아 대표를 만나 유튜브 사이트 폐쇄 진위가 뭔지, 파장이 뭔지 법률적 검토를 시켰다.
"이번 결정에 진위라는 것이 따로 없다. 우리는 유튜브의 게시판 기능을 한국 국가 사이트에서 자진 삭제함으로서 현행법의 본인확인를 해야 할 대상이 더이상 되지 않는다.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글이 2006년 중국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의 사상검열에도 동의했고, 한국에서도 청소년 보호법 규정에 의한 필터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거부했다.
"한국을 언론통제국인 중국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표현의 자유를 아주 중요한 가치로 믿고 있다. 유튜브를 사용하는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익명에 기반, 어떤 두려움없이 본인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검색결과중 일부 검색 결과를 필터링하지만, 이렇게 검색차단이 되는 결과도 이용자들에게 왜 이 검색결과가 차단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선택, 더 많은 자유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검색에 대한 필터링과 표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이다. 검색은 그 검색결과에 대해 접근을 줄이는 것이지만 실명제는 사회적 약자를 더욱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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