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만큼 준다. 국민은행이 수익만큼 성과급을 주는 ‘전문직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 파트가 대상이다. 근무연수에 맞춰 호봉이 오르는 대로 월급도 착착 따라오르는 기존 연공서열순 급여체계와 달리 직무별로 벌어온 만큼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보험사나 자동차회사의 영업사원이 아닌 은행 직원들로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논란이 뜨겁다. 직원을 전문직, 일반직으로 나누는 것부터가 낯선 데다 급여 차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삭감을 논의하는 마당에 전문직원제 도입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터에 우수 인재를 붙잡으려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십억 버는데 그 정도 대우는 당연”
|
국민은행 측은 적용 대상이 168명뿐이고, 상한선도 기본급의 250%로 제한해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은 금액은 다음해로 이월해 받을 수 있는 데다 손실이 발생하면 기본급은 삭감할 수 없어 회사는 손실액 전부를 회수할 방법이 없게 된다. 다만 성과급제에서는 실적이 미달되면 10%를 인센티브에서 다시 반납해야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합의에만 1년6개월이 걸려 진통을 겪었다. 차별 논란으로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은행 경쟁력을 위해 전문가를 육성해야 된다고 설득해 합의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IB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일반 행원들의 연평균 생산성이 1억원 정도라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20억~30억원을 기본 목표로 잡고 초과분에 대해서 성과급을 받는다.”며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고통분담으로 임금 반납하고 직원도 줄이는데
전문직원제도에 대해 일부 은행들은 불편한 반응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양질의 직원만 남겨두고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빼내려는 것 아니냐.”며 “2007년부터 은행별로 PB들의 성과급 논의가 있었지만 개인별 성과급이 다른 직원들의 박탈감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많아 노조에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부서간 협조를 통해 이뤄지는 은행 업무상 혼자 노력으로 실적을 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업점이나 부서가 아닌 개인별 성과급 지급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경기악화로 임금을 깎고 명퇴로 일자리도 줄면서 고통 분담을 하는데 성과가 높다고 무제한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에 치중해 규정을 위반하거나 무리한 투자로 위험부담을 키우지 못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면 현실적인 성과급 지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는 “90년대 미국의 엔론사태나 최근의 AIG사태도 결국은 투자은행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한 결과”라며 “단기성과에 치중해 과당 경쟁을 못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