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4일 일요일

5천원짜리 커피, 적정가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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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매일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그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에서부터 대형 커피 체인점의 5000원짜리 카페모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커피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 커피 농가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테말라 남서부에 위치한 케트살테낭고(Quetzaltenango) 주(州)에 사는 루이스 안토니오는 30년째 이 지역에서 농가를 꾸려오고 있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상품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토니오에게 돌아오는 돈은 생활비를 쓰기에도 빠듯하다. 오히려 커피농사 30년 만에 돌아온 건 빚더미뿐이었다.

커피 체인점의 커피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커피 농가는 여전히 생활고를 겪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25년 전부터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공정무역은 특히 제3세계 커피 농가에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커피를 수입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세계적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 공정 무역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의 179개 커피 농가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공정무역 이후에도 절반 이상의 커피 농가들이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초의 공정무역 협동조합 이퀄 익스체인지(Equal Exchange)의 로드니 노스 대변인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정무역의 모습과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공정무역은 안토니오의 농장에 커피 1파운드당 1.55달러를 지불하고 이는 시장보다 10%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공정무역 거래 수수료와 세금, 농가 지출경비 등을 제하면 안토니오 수중에 들어온 돈은 고작 50센트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안토니오는 몇 천 파운드의 커피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안토니오가 1000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쳐도 과테말라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계산해보면 하루 2.75달러를 벌어들인 셈인데, 이는 스타벅스의 카페라떼 한잔 값도 안 된다.



◆ 공정무역 없으면 더 문제

그렇지만 문제는 공정무역이 없으면 이러한 열악한 수익마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커피재배농가들은 빈약하지만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

2년 전 세계공정무역협회(FLO)는 유기농 커피가격을 당시 시세보다 15센트 높은 파운드당 1.35달러로 정했다. 그러나 일부 커피 농가 업체들은 적정가격을 2달러로 올려 달라고 주장했고, 스타벅스 같은 대형 업체들은 가격인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소비자들이 커피구입마저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스타벅스 지점을 찾은 코니 실버는 스타벅스의 4.15달러짜리 프라푸치노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단지 크기가 크기 때문"이라며 만약 공정거래를 위해 커피 가격이 4.50~5달러로 인상되더라도 커피를 사먹겠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가격을 인상할 수도 유지할 수 도 없는 FLO는 결국 시장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세웠다. 이들은 스타벅스 같은 세계적 커피 체인점을 더 많이 확보해 커피 농가를 돕겠다는 것이다. 또 커피농가들에게 농가사업자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하는 방법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커피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1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0억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커피가 먹는 사람도 행복하고, 생산한 사람도 행복한 상품이 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적정가를 유지해야할 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공정 무역이 제3세계 커피 농가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데는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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