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3일 화요일

‘연봉만 보고 옮겼다 가슴 쥐어뜯는다’…이직시대 명암

 

부럽게만 보이는 이직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적이진 않다.

높은 연봉만을 보고 회사를 옮겼다가 적성에 안맞거나 동료들과 불화를 겪어 남몰래 가슴을 쥐어뜯는 직장인도 많다.

게다가 취업전문업체 커리어다음(www.career.co.kr),헤드헌팅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www.nterway.com)와 함께 한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이직 경험자 2명 중 1명은 이직으로 따른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은 제2의 인생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돌다리를 두드리듯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적성따라 이직하면 만족도 높아=국회 비서관에서 컨설턴트로 변신한 강봉성(32)씨는 성공적 이직을 했다고 자평한다. 인생 목표와 관심사에 맞춰 신중히 회사를 옮긴 게 그가 소개한 성공요인.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회에서 1년 2개월 일한 뒤 경영컨설팅업체로 옮겼는데,미국 유학시 알고 지내던 선배의 소개가 결정적이었다.

경영 분야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던 그가 이같은 모험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정치컨설팅 회사를 세우겠다는 오랜 꿈 때문. 그는 현실정치 경험과 컨설팅 경력을 접목시켜 훗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계획이다.

강씨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골라 이직하면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12년 동안 5차례 직장을 옮겼다는 C(35·컨설팅업체 이사)씨는 “마케팅 업무를 해보고 싶어 다니던 은행을 나왔고,컨설팅을 하고 싶어 대기업을 그만뒀다”며 “이직횟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닌다는 데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또 직급이 높을수록 이직 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설문조사 대상인 2329명 중 이직경험자 1466명에게 새로운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니 직급이 차·부장인 직장인은 ‘매우 높다’가 14.8%,‘약간 높다’ 57.7% 등 72.5%가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반면 사원인 직장인들은 39.9%에 그쳤다. 임원·최고경영자(CEO) 역시 58.5%가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력이 높은 직장인일수록 이직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으로는 54.2%가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으며 32.6%는 보통,13.2%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답했다.

◇‘철새’는 발붙일 곳 드물다=상사와의 불화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A(34)씨. 학력,경력면에서 남에게 뒤질 게 없다고 자부하지만 최근 여러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모두 다 탈락했다. 6년 동안 4차례 직장을 옮긴 전력이 문제였다. 대학 졸업 뒤 대기업에 입사,정보기술(IT) 관련 업무를 했던 그는 2000년 벤처붐을 타고 IT 종사자들의 몸값이 오르자 이곳저곳으로 회사를 옮겨다녔다.

A씨는 “이직하려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합격시켜봤자 곧 나갈 인재는 뽑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않고 회사를 선택했던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직해 안타까워하는 사례도 있다. 2년여 전 인터넷기업으로 이직한 B(35)씨는 현재 주 업무인 인터넷 공간에서의 마케팅이 적성과 맞지 않아 고민이다. 이전 기업에서 맡았던 업무도 마케팅이었지만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오프라인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했지만 실패만 되풀이했다. 오프라인 기업들은 대체로 온라인기업 출신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전문가들은 충분한 생각없이 이직했기 때문에 이런 실패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직사유가 경력관리 등 자신의 요인이 아닌 ‘현 직장에서의 불만’ 등 외부요인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이처럼 막연히 이직하는 경우는 경력이 낮을수록 더 많다. 2차례 이직한 경험이 있는 최주호(32) 비앤큐코리아 인사팀장은 “경력 5년차 이하의 직장인은 이직할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꼭 따져봐야 하고 연봉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절반 이상,이직으로 불이익 경험했다=‘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했는가’라는 질문항목을 보면 절반 이상인 51.6%가 ‘그렇다’라고 답했는데,여기서도 직급별로 차이가 있었다. 임원 또는 CEO급은 39.6%만이 불이익이 있었다고 답한 반면 평사원들은 58.9%에 이르렀다. 주임·대리급도 52.6%가 동의하는 등 직급이 낮을수록 불이익 경험이 많았다.

가장 큰 불이익은 ‘취업 자체(이직후 또 이직할 때)의 어려움’으로 27.1%였다. 회사를 또 떠나지 않겠냐는 인사담당자들의 의심때문에 이직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직장내 인간관계 형성(20.4%)에서도 불이익을 많이 겪었으나 승진(8.5%)과 업무평가(8.3%) 등에서는 불이익이 적었다.

다시 이직을 하려는 이유로는 ‘이직한 직장의 불확실한 장래’(26.6%)와 ‘연봉 불만족’(26.3%)이 가장 많았다. 주임·대리급과 평사원은 연봉을,임원·CEO급은 직장의 미래를 더 많이 이유로 든 게 눈에 띈다.

이직 방법을 물었을 때는 61.9%가 ‘인터넷 정보수집을 통해’라고 답한 반면 임원·CEO급은 69.1%가 ‘인맥을 통해’라고 응답,높은 직급의 이직시장에서는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직횟수로는 1회가 37.3%로 가장 많았고 2회가 30.4%,3회 19.8%,4회 6.8% 등이었다. 5회 이상 이직자는 5.7%로,전기·전자업종,인사·교육직 업무분야 종사자가 많았다. 이직 준비기간은 ‘1∼3개월’이 48.2%로 가장 많아 이직 욕구에 비해 노력은 덜하는 편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탐사기획팀 이광호 이용훈 권기석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