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 사이에 이직은 더이상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기업 브랜드처럼 개인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직장’보다는 ‘직무’를 통해 단계적으로 몸값을 올려나가는 ‘직(職)테크’의 개념으로도 이직이 고려되고 있다.
본보는 취업전문업체 커리어다음(www.career.co.kr),헤드헌팅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www.nterway.com)와 함께 이직 희망자 2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사례분석을 실시,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이직의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연봉·적성 맞지 않아 떠난다=광고업계 4년차인 김항범(30)씨는 지난해말 외국계 광고대행사 ㈜ISMG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유명 광고회사인 W사에서도 직장내 평판이 좋았고 ㈜ISMG가 신생기업이었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이직을 단행했다. 김씨는 “연봉도 20% 정도 올랐지만 주어진 역할이 크고 광고기획자로서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직배경을 설명했다.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김씨와 비슷했다. 연봉 불만족(36.8%)과 업무내용 및 적성 불만족(24.8%)이 이직의 1,2번째 사유였고 현 직장의 불확실한 장래(18.1%),정년보장 등 안정성(9.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남녀·학력·연령별 세부적으로 분석해봐도 비슷해 미래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 개념의 이직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돼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직급별로 보면 과장급은 연봉 불만족과 현 직장의 불확실한 장래가 23.5%로 비슷했으며 차·부장급에서는 28%와 36.1%로 조사돼 회사의 ‘허리’에 해당되는 직장인들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에게는 육아 및 성차별 등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 비서로 근무하던 박모(29)씨는 출산후 ‘칼 퇴근’이 가능한 벤처기업의 비서직으로 자리를 옮겼고,토목관련 총무팀에서 6년을 근무한 차모(31)씨는 번번이 대리 승진에서 누락되자 성차별이 덜한 외국계 기업으로 갈아탔다.
◇이직자 붙잡는 시대는 끝났다=현 직장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응답한 직장인은 81%,‘그렇다’는 18%에 불과했다. 만족하고 있는 직장인을 상대로 만족하는 부분을 물어보니 업무내용(25.1%),직장동료들과의 관계(20.5%) 등은 높았으나 연봉,기업의 발전가능성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봉 및 복지후생이 45.6%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업무내용(13.9%),기업의 발전가능성(12.9%) 등이어서 이직하려는 사유와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이같은 성향은 중소기업 직원일수록 더하다. 중소 식품업체 E사에서 5년간 근무하다 지난해말 이직한 오모(31)씨는 연봉 등 여러 조건이 나은 대기업으로 옮기기 위해 3년을 준비해온 경우. 대기업 입사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능력을 기르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이전 중소기업에서 교육 담당 업무를 자원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현 직장에 대한 불만족을 연차별로 살펴보면 3년차 이하는 75.4%,10년차 이상은 88.6%로 회사를 오래 다닐수록 불만족도가 높았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주위에서 이직하는 모습을 볼 때 67.5%는 부러워한 반면 안타깝다는 의견은 6.8%에 불과하다는 점. 예전 같으면 이직하는 동료를 아쉬워하며 붙잡으려는 분위기였겠지만 이제는 이직 제의를 못 받는 본인을 탓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도 ‘헤드헌팅업체에 이력서를 낸 사실을 직장 동료에게 얘기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51.8%가 얘기한 적 없다,37.7%는 가볍게 얘기한 적은 있다,10.5%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등으로 이직할 때까지는 대부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과장급은 유일하게 가볍게 얘기한 적이 있다(59.3%)가 얘기한 적 없다(34.2%)보다 많아 다른 직급에 비해 이직에 대한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었다.
◇연봉은 1000만원대 인상이 가장 많아=이직할 경우 원하는 연봉 인상폭이 어느 정도인 지에 대해서는 1000만∼2000만원 미만 인상이 24.7%로 가장 많았고 300만∼500만원 미만(19.1%),500만∼1000만원 미만(14.5%) 순이었다. 1000만원 이상은 대리급 이상,300만∼500만원 미만은 사원 및 3년차 이하가 많아 연령,직급 등이 높을수록 희망연봉도 따라 올라갔다.
이밖에 현재 연봉수준이라도 상관없다는 12.4%,줄어도 상관없다는 2.9%를 차지해 연봉보다는 다른 조건을 찾아 이직하려는 직장인도 꽤 있었다.
커리어다음 관계자는 “아직도 40대는 이직보다는 현 직장에 남아있으려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20∼30대는 이직이 대세”라며 “특히 3년차 이하 직장인들은 연봉,적성 등 조건만 맞으면 다른 회사에 신입사원으로도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이직에 거리낌이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