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6일 월요일

강정원 KB국민은행장, 내실경영 뒤늦게 빛나

강정원 행장은 '리스크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2004년 11월 국민은행장으로 부임할 당시부터 내실경영을 주창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1기 임기 ...


◆한국의 금융 CEO / 금융시장 영향력 1위◆

KB국민은행은 자타공인 국내 리딩뱅크다.

2008년 3분기 현재 자산 261조원으로 수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업을 통틀어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1200개가 넘는 광범위한 전국 네트워크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덩치만으로도 국민은행이 금융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높다. 강정원 국민은행장(59)이 이번 금융시장 영향력 평가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정원 행장은 ‘리스크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2004년 11월 국민은행장으로 부임할 당시부터 내실경영을 주창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1기 임기 동안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을 거뒀다. 취임 초기 2.64%에 달하던 부실채권 비율을 2007년 0.74%로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강정원 행장의 업적은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 신한은행 등 경쟁사들은 자산을 급속도로 늘리면서도 자산건전성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자산을 100조원 가까이 늘렸음에도 부실채권 비율은 2004년 2.24%에서 0.63%로 하락하는 등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우리, 신한, 하나가 2005년에 마무리한 지주회사 전환도 2008년에서야 완료하는 등 ‘다른 은행장에 비해 경영전략이 미흡하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다’라는 비판을 안팎에서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지난 2007년 주식시장의 초호황에다 올해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영향으로 대형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금융시장에서 강정원 행장의 입지를 좁게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리더십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급속히 전이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은행들은 자본적정성 및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지난 2~3년간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워나갔던 은행들은 자산부실화로 경영에 큰 차질을 겪었다.

최소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다주던 펀드와 주식들도 반 토막이 나면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도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리스크관리 강화한 ‘뉴 스타트 경영’ 실시

반면 내실다지기 위주 영업을 펼친 국민은행은 미국발 신용위험에서 반 걸음 비켜날 수 있었다.

구경회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건설업 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소형사 선수금환급보증서(RG) 등 기업 관련 대출이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연구 결과 향후 주택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더라도 주택담보가계대출의 손실률은 0.7%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및 기본 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말 현재 각각 12.36%와 9.5%로 모두 은행권 최고 수준. 지난해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도 어느 정도 마무리돼 일부 은행과는 달리 은행자본확충펀드 활용 필요성도 낮은 편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2008년 3분기 현재 0.78%로, 이제 하나은행(0.95%) 및 신한은행(0.87%)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던 보수경영전략이 지난해에는 오히려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원 행장은 올해도 내실경영을 화두로 꺼냈다. 강 행장은 “수익 중시 및 비용 절감, 리스크관리 고도화 등을 실천과제로 삼는 ‘뉴 스타트 경영’을 통해 올해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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