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5일 목요일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지방대생의 취업 전쟁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지방대생의 취업 전쟁 ... 경기 침체와 더불어 사상 최대 의 취업난이 대학가에 몰아닥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이른바 '취업 ...



경기 침체와 더불어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 대학가에 몰아닥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이른바 ‘취업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지방대생들에게 더욱 가혹해 보인다.

면접볼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으면서 '지방대 컴플렉스'까지 생길 정도다.

◈ '지방대' 편견 없애려 '스펙' 쌓기 안간힘
경남 지역의 한 4년제 국립대학.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한 도서관 여기저기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대부분 올해 졸업이 예정돼 있거나 휴학을 선택한 4학년 대학생들.

자신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하나같이 토익 책과 자격증에 파묻혀 열중하고 있지만, 기약 없는 취업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며, 틈나는 대로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실과 취업 공고란을 보며 챙기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30여 군데 넘게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전자공학과 김 모(28)씨는 착잡한 마음에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

김 씨는 올해 졸업을 해야 하는 4학년이지만, 5학년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좀 더 나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지만, 사실 졸업을 하고 나면 ‘백수’라는 신분이 두려워서다.

김 씨는 “70여 명이 졸업하는 데 열 명 남짓 취업을 하고 나머지는 휴학하거나 졸업하지 않고 한 학기기 더 다니는 실정”이라며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 씨는 “토익과 학점이 아무리 좋더라도 지방대라는 이름표 때문에 남들보다 자격증을 더 따든지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모의 인성 면접과 토론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정도 준비를 확실히 해야만 수도권 대학생들과 차이가 나지 않고, 기업들도 한번 더 쳐다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도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가 지방대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기업들이 원하는 부분을 갖추지 않고 있어서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 음대 졸업생은 '음악' 포기... 플롯 대신 토익책
음악을 전공해 온 음대생들에게도 그 어느때보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에는 더 힘들다.

대학에서 플롯을 전공한 올해 졸업 예정자인 김 모(24)씨는 중학교부터 십년 넘게 해 온 플롯을 접고, 요즘 영어와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에 한창이다.

플롯에 익숙해져버린 손에 이제 펜을 잡고 새로운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제대로 잡혀지지가 않는다.

유학도 생각해봤지만, '지방대'라는 꼬리표를 달고 유학을 갔다 오더라도 뾰족하게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어 몇 일간을 고민하다 악기를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김 씨는 “음악학원을 하려고 해도 불경기에 잘 될리도 없고, 그렇다고 전공을 살려 시향이나 오케스트라 등에 문을 두드리려고 해도 자리도 안나 아예 회사를 다닐 마음을 먹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졸업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음악을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들어간다든지, 학습지 선생님 등 전혀 색다른 일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경기가 좋더라도 취업문이 좁은 음대인데 지방대 출신에다 불황까지 겹치다 보니 들어갈 곳은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막노동이라도 해야하는데 하루살이 인생 될까봐 두려워요"
회계학과 졸업 예정자인 이 모(28)씨는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룬다. 남들처럼 휴학도, 학교도 더 다니지 않고 졸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씨는 어차피 취업을 해야하는 현실속에 휴학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면 '현실도피처'가 되어 버릴까봐 아예 백수가 되더라도 일단 졸업하기로 마음 먹었다.

학점도 좋고 토익점수도 고득점인 학과 친구가 지역 중견기업에 입사 원서를 냈다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방대 출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이 씨는 말한다.

이 씨는 "그래도 공부 꽤나 하는 주위의 친구들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서류를 넣는데도 서류전형에서 다 탈락한다"며 "지방대 나오더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제가 기업 인사담당자라도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급여를 주더라도 서울 수도권 학생 뽑지 지방대 출신은 안뽑을 것 같은데 현실은 오죽하겠냐"며 지금의 취업 현실을 꼬집었다.

수 십번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던 이 씨는 "제발 넥타이 메고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집에서 눈치껏 받는 용돈을 아껴가며 일 년간 취업 준비에만 '올인'하기로 했다.

이 씨는 "해도해도 안되면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막노동이든 닥치는대로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하루살이 인생이 되어 버릴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