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6일 월요일

한국의 금융 CEO 50人

◆한국의 금융 CEO◆

지난해 금융시장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악의 시련기를 맞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파생금융상품 부실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충격파는 2003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국내 은행 및 보험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은 수조원에 달했고, 환율이 요동치면서 하나은행은 기업들과 거래한 키코(KIKO) 파생상품 손실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코스피 2000을 오가던 주가는 반 토막이 나면서 1년 새 438조원이 증발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대격변기를 맞으면서 올해 금융 CEO 순위에도 대대적 변동이 있었다. 우선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위상이 약화됐다.

신한지주 뜨고, 미래에셋 지고

지난 2년간 종합 1위를 유지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5위로 밀려났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지난해 9위에서 30위로,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도 지난해 12위에서 37위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26위를 기록했던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은 올해 44위로 간신히 50위 안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은행권도 마찬가지. 키코를 비롯해 리스크관리 부재를 드러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3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관리를 잘한 CEO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은행과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를 잘 갖춰 지주사 중 리스크부담이 가작 작다는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은 평가 실시 4년 만에 첫 종합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종합 2위와 3위는 KB금융그룹 차지였다. 2위는 1년 반 만에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3위는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이 차지했다. 황영기 회장은 금융시장 영향력(3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산규모 면에서는 우리와 신한지주 다음이지만 지난해 은행권 대등합병 화두로 화제를 모으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장으로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강정원 행장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리더십이 재평가받으면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3계단 상승했다.

국책 금융기관 CEO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윤용로 기업은행장(6위), 민유성 한국산업은행장(10위),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16위), 진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20위) 등이 대거 포진됐다.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시장안전판’으로서의 국책금융기관 역할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강재영 삼성투신운용 사장(13위)과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14위)의 순위가 수직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강재영 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인사이트펀드 수익률 하락으로 주춤할 때 치고 올라와 점수를 땄다. 삼성투신운용은 단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을 높여 덩치를 키웠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10월까지 영업이익 1274억원, 당기순익은 1070억원으로 경기불황에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지난 10월 경쟁사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경기에 후행하는 보험업종은 지난해와 큰 순위 변동이 없었다. 다만 국외 재보험 사고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코리안리의 박종원 사장과 그룹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영향을 받는 동부화재의 김순환 사장은 순위가 뒤로 많이 밀렸다.

이번에는 유독 신규로 50위권에 진입한 금융 CEO들이 많다. 모두 18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신규라기보다는 복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인 2006년 금융 CEO 첫 평가에서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처음 금융 CEO에 선정되면서 상위권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기업 활성화에 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듯 보인다.

이번 평가에서 전체적으로 증권사 CEO들의 순위가 뒤로 밀렸다. 국내외를 막론한 증시 하락과 펀드 손실 증가로 영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11위)과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41위)이다. 삼성증권은 안정적인 운용으로 위기 속에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손복조 사장은 대우증권에서 보여줬던 추진력을 어떻게 토러스에서 나타낼지 여의도가 주목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유일하게 신규 진입했다. 그는 지난해 투자자문에서 자산운용 인가를 얻어낸 뒤 국내 최초로 직판 시스템에 도전했다.

외국인 가운데는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기 마르시아 교보악사자보 사장 등이 5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어떻게 선정했나]

■ 각계 전문가 112명 설문조사

매경이코노미는 ‘한국 대표 금융 CEO’ 선정을 위해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연기금 등 각 영역에서 자산규모를 포함, 업계 영향력이 높은 회사들을 중심으로 127명의 후보군을 1차로 구성했다. 단, 취임 6개월 미만인 CEO는 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후 금융 수요자인 재계 최고경영자(CEO)나 재무담당책임자(CFO), 금융 관련 연구소 및 경제·경영학자 교수들에게 설문을 의뢰해 총 112명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자칫 인기조사에 그칠 수도 있지만 정량 평가를 배제한 이유는 생보사나 자산운용사처럼 비상장사가 많은 데다 동일한 잣대의 재무평가 요소를 개발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문은 금융시장 영향력, 창조경영, 사회적 책임 등 종합 CEO 선정에 필요한 3개 항목과 ‘올해 떠오를 CEO’를 포함한 총 4개 항목이었다. 응답자에게 부문별로 우선순위 없이 10명을 선정하도록 했다. 종합순위는 3개 부문 득표수를 단순 합산해 산정했다.

■설문응답 기관(총 112명, 복수응답 포함) 가나다순

게르베코리아, 경희대, 광동제약, 교원, 교원구몬, 교원L&C, 나라식품, 네오위즈게임즈, 다임러오토모티브 한국, 대상, 동국대, 동아건설,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동양제철화학, 레인콤, 롯데그룹, 롯데호텔, 마콜, 모두투어, 보광훼미리마트, 서울대, 선우, 세계경영연구원, 스무디즈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아모제, 안철수연구소, 엔씨소프트, 연세대, 오리온, 올림푸스 한국, 우림건설, 유아이에너지, 임광토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너시스, 제일모직, 태영건설, 팬택, 팬택앤큐리텔, 하이닉스반도체,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인삼공사, 한국코닥, 한국타거스, 한국화이자, 한국HP이미징프린팅, 한국IBM, 한라건설, 한미파슨스, 한일합섬, 한진해운, 현대건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상선, 현대아산, 호스트웨이IDC,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홈쇼핑, G마켓, GS건설, HP-PSG, KOTRA, KT, LG텔레콤, LIG건영, SK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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