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일요일

원화강세…국가경제 청신호, 실물경제 속앓이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기업의 매출액과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결국 원화 기준 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달러화보다는 원화 기준이 더 중요하다. ...


 

원-달러 환율 10% 떨어지면 상장사들 영업이익률 3%p↓
조선·운송 등 부정적 영향 커…내수업종은 수익개선 효과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좋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열쇠는 바로 환율이 쥐고 있다. 수치를 비교해 보면 그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4월에도 19.0%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화를 고려한 원화 기준 수출은 올해 1분기 11.9%, 4월에도 10.0%로 오히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4월 평균 96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는 1394원으로 45%나 상승하면서 원화로 평가한 수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액 증대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기업의 매출액과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결국 원화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달러화보다는 원화 기준이 더 중요하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국제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순매수 확대, 국내 은행권과 기업들의 외화유동성 문제 완화,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에 기인하여 우리 경제, 특히 금융안정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누려왔던 ‘환율 효과’가 사라지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환율 하락은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 원화 표시 매출 감소 등으로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실물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은 물론 금융회사의 정상화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원화강세 양상이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연말로 갈수록 원화의 추가적인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많은 국제 투자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평균치를 1200원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주요 민간연구기관들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주요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보다 달러당 100원 정도 낮은 1100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수출이 달러화 기준으로 상반기 -25% 안팎에서 하반기에는 -15% 정도로 감소폭이 크게 줄어들더라도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50원 정도를 유지할 경우 원화 기준 수출 증가율은 하반기에는 -10%대로 급락하게 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 대기업의 원화 매출과 수익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환율 하락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금융부문을 제외한 상장사 1675개사의 재무제표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상장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3%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환율 하락이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수출입 비중, 외화부채 규모 등에 따라 업종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 악화 정도가 커지고,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 악화 정도는 작게 나타난다.

 

산업별로 수출입 비중이 다른 만큼 환율 하락의 영향은 업종별로 크게 다르다. 조선업종의 경우 환율 10% 하락 때 영업이익률이 6.8%포인트나 하락하여 환율 하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전기전자, 금속제품 등의 경우도 영업이익률이 4%포인트 이상 악화되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면에 내수업종은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업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신용카드 및 보험사 등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의 수출 경기와 밀접한 주요국의 소비도 여전히 부진하다.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적으로도 상반기에 집중되었던 정책효과 약화, 대기업 구조조정 등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의 매출과 수익이 악화할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의 탄력도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리먼 사태 이후 쇼크상태에 빠졌던 경제가 겨우 진정되는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일 뿐, 상당 기간 부진한 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긴장의 고삐를 풀 때는 아직 아니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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