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강한 바람과 쌀쌀한 날씨에도 ‘2006 노인일자리박람회’가 열린 전북도청 대강당은 실버들의 구직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성성한 백발과 굵은 주름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하지만 얼추 1만여명의 실버들은 조그만 일자리라도 구하겠다는 일념에 박람회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박람회장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일꾼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목말라해 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동네 또래 친구라는 70대 할머니 5명. 모두 자식이 있고 용돈도 받는다고 하지만 노년에 느끼는 무료와 허탈함이 박람회장으로 이끌었다.
전부터 줄곧 일하고 싶었지만 일자리가 없어 며느리 김장이나 돕고 손녀 돌보기로 만족했다는 유모씨(72·여·전주시 삼천동)는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바깥 바람도 쐬고 용돈도 벌 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5세 동갑내기 친구인 김모씨(전주시 인후동)와 최모씨는 “일자리 대부분이 어린이방 취사 등 여자만 필요로 해 이력서 낼 곳이 마땅치 않다”며 푸념했다. 최씨는 아파트 관리직 채용업체에 이력서를 넣었다. 수북이 쌓인 이력서는 눈대중으로도 60장은 족히 넘었다.
최씨는 “65세까지만 뽑아 1년만 늦었어도 이력서도 못 넣을 뻔 했다”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익산서 버스를 대절해 온 90명의 노인대학생들. 우르르 몰려 다니며 제각각 맘에 드는 일거리를 찾았다.
이들의 인솔자인 문흥주(75)씨는 “노인들도 공부하고, 일하는 주경야독을 꿈꾼다”며 “신문배달도, 청소도, 일할 수 있다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다”며 함께 온 이들의 구직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일자리, 단순노무직 외에 다양한 일자리 준비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구직자 대부분이 60∼70세라 이력서 작성법을 잘 몰랐지만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이들의 손이 되는 등 300여명이 노인들의 구직을 도왔다.
자원봉사자 김정희씨(21·우석대)는 “열분 중 아홉분이 이력서를 써달라고 한다”며 “이분들의 일하고자 하는 의지에 젊은 사람으로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5700여개의 일자리에 구직 신청서 6800여장이 접수돼 현장의 열기를 반영했다.
영화 엑스트라, 전단지 배포로 구인에 나선 한 업체는 200여명의 지원서를 받는 등 대부분 업체가 구직자로 성황을 이뤘다.
서양열 박람회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가 노인들도 일할 수 있다, 일할 의지가 있다, 그래서 노년층 일자리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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