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김모(28) 씨. 대학 때 성적표도 ‘A’ 학점이 대부분이다. 어학연수 경험도 있고 토익 점수는 900점을 훨씬 넘었다. 하지만 정작 취업에는 실패했다. 그가 지원한 회사에서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열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 환영받던 세칭 일류대 출신이나 유학파, 토익 만점자들의 ‘취업 특전’은 그리 많지 않다.
○ 점수 비중 낮추고 실무 능력 중시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채용 관행에 변화를 주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높고 특정 학교 출신이 많아 조직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은행은 최근 몇 년간 입사한 사원들의 이력과 성과를 일일이 대조했다. 그 결과 ‘학벌과 토익 점수는 업무 능력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자체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응시자의 전공 제한을 없애고 토익 성적 기준도 800점 이상에서 700점 이상으로 낮췄다. 대신 인성 적성 검사나 면접 등을 강화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올해부터 1단계 면접을 직무·인성면접으로 분리해 강화할 계획이다.
STX그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토익 점수 제한을 폐지했다. 지원자의 영어 능력은 회화 면접으로 대신 평가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올해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준다고 응답한 대기업들은 면접 강화(45.5%), 토플·토익 시험 완화 또는 폐지(18.2%), 학점 제한 완화 또는 폐지(12.1%), 인성 적성 검사 도입(15.1%) 등을 새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열티 강한 종합적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 사이 각 기업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올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 4곳 중 1곳꼴인 26%의 기업은 입사 1년이 지나면 신입사원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특히 겉보기에 이력이 화려한 신입사원일수록 뽑아 봤자 얼마 안 있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훨씬 높아 회사에 피해를 주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 인사 담당자들의 얘기다.
또 최근 ‘컨버전스(융합)’가 시대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단순한 ‘지적 우수성’보다는 종합적인 사고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1월 계열사 신입사원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사람의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천재보다는 잘 길러진 좋은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들은 대신 면접 전형을 강화하는 등 신입사원 선발 기준으로 열정이나 충성도, 리더십과 같은 새로운 잣대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 ‘가치’를 피상적으로 묻는 질문보다는 ‘…를 위해 무엇을 해 봤느냐’를 물어 지원자의 실제 행동을 따지는 식이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기업들의 이런 경향은 금방 떠날 사람을 뽑는 ‘잘못된 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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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가장 원하는 경력직은? 3~5년차 정보통신직
기업들이 가장 뽑고 싶어 하는 경력사원은 경력 연수 3∼5년차, 직종은 정보통신 관련 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인사포털 인크루트는 지난달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경력직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채용공고에서 경력 3∼5년차 대리급을 찾는 비중이 39.3%로 가장 높았고 5∼10년차 과장급(38.5%)이 뒤를 이었다. 헤드헌팅 채용공고 10건 중 약 8건이 경력 3∼10년차인 셈.
또 선호하는 직종은 정보통신직(17.7%)이 가장 많았고 영업직(12.5%) 연구개발직(11.5%) 등이 뒤를 이었다. 정보통신 직종 중에는 회계관리, 메일발송시스템, 통계처리 등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각종 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응용프로그래머’(23.8%)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인크루트 측은 “경력 3∼5년차는 입사와 동시에 바로 실적을 낼 수 있어 기업들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영입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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