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토요일

[발췌] 비서가 다 해주는데 뭘…

2009년 5월 23일 ...비서가 다 해주는데 뭘…” CEO는 휴대전화·컴퓨터 얼마나 활용하나. 글 염지현 기자, 사진 중앙포토. CEO들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의 여러 기능을 ...


CEO는 휴대전화·컴퓨터 얼마나 활용하나

 

CEO는 휴대전화·컴퓨터 얼마나 활용하나

포브스코리아CEO들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의 여러 기능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CEO가 요즘 말로 ‘신체의 일부’라고 하는 이런 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다. 포브스가 CEO들의 IT 지수를 조사해봤다.

#1. “전자결제가 뭐죠? 인터넷뱅킹은 하는데….” 예술계에서 유명한 B기업 마케팅 부장의 얘기다. 업계에서 꽤 알려진 회사임에도 요즘 회사들이 앞다퉈 사용하고 있거나 시도 중인 전자결제, 화상회의 등 전자경영 시스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2세 경영인인 A회장(63)의 고집 때문이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팀장급 이상 임원에게 업무일지를 받는다. 마케팅 부장은 사업 현황, 신사업 계획, 홍보 및 마케팅 진행 과정 등 세 가지 항목에 대해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한 하루 업무다. A회장이 컴퓨터를 아예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도 보낸다. 

독수리 타법으로 남들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지인에 따르면 A회장은 본인도 인정하는 ‘기계치’라고 한다.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그가 DVD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자녀가 집에 있을 때다. 혼자서는 DVD를 연결할 줄 몰라서다.

#2. 마케팅 회사를 경영하는 40대 후반의 여성 CEO P씨. 세련된 패션 감각과 화려한 언변으로 여성 잡지에 성공한 여성 CEO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그런 P대표가 도전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하는 게 있다. 최신 IT기기 사용이다. 아무리 설명서를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는 기능이 조금이라도 복잡한 제품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실수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망가지기 전에는 같은 제품을 5년 넘게 쓴다. 어느 날 휴대전화를 서비스센터에 맡겼으나 “오래된 제품이라 부속품을 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요즘 그는 최신 모델인 터치폰을 갖고 다닌다. 자판을 누를 필요 없이 액정화면 위에 글을 쓰면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대리점 직원의 얘기를 듣고 바로 구입했다.

하지만 요즘 P대표는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다. 대체 어떤 아이콘을 터치해야 문자 메시지 창으로 연결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변화 속에서 아날로그로 살아가는 CEO들의 모습이다.

최근 스마트폰, 넷북, MP3, PMP 등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IT기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IT 제품은 순식간에 업그레이드 되고 다양한 기능이 통합되면서(잘만 사용하면) CEO의 바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돕고 있다.

10명 중 4명 인터넷 쇼핑몰 이용

과연 CEO들은 더욱 똑똑해진 IT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CEO들이 IT기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CEO의 IT 지수’를 알아봤다. 설문에는 서울종합과학대학원에서 ‘4T CEO 지속경영과정’을 듣는 42명의 CEO가 참여했다.

설문지는 포브스코리아가 꼽은 CEO 얼리어답터(2009년 2월호 참고) 3명의 조언을 참고했다. 설문의 주요 항목은 IT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 능력이다. 우선 “휴대전화를 쓸 때 문자나 통화 이외의 기능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74%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오로지 전화와 문자만 이용한다”고 답한 CEO는 26%뿐이었다. 설문 작성자의 80% 이상이 40~50대 CEO라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사용한다”고 답한 CEO가 전화나 문자 메시지 이외에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사진 촬영(47%), 스케줄 관리(26%), TV 시청(19%), MP3(8%) 순으로 많았다.

그 다음은 모닝콜, 메모장, 계산기 등의 순이었다. 요즘 얼리어답터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CEO가 있을까. 스마트폰은 인터넷 정보검색, e메일 작성, 개인정보 관리 등의 기능을 갖춘 차세대 휴대전화로 휴대용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신제품이 나오는 즉시 바로 써봐야 직성이 풀릴 만큼 IT기기에 관심이 높은 이용덕 엔비디아 지사장은 “스마트폰은 똑똑한 비서”라고 들려줬다.

기계치 CEO는 소통과 인맥관리의 어려움을 겪는다.

“CEO들은 해외 출장이 많고 일정도 복잡하잖아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e메일로 일 처리가 가능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애용하는 CEO는 많지 않다. 설문 결과를 보면 전체 답변자 42명 중 7명만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두 명은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인 e메일과 정보 검색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컴퓨터 사용 능력은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통해 알아봤다. 인터넷을 검색해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기능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직접 매장을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CEO는 전체 CEO 중 38%였다. 62%는 “한 번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비중은 43%로 조금 높았다. CEO들이 인터넷뱅킹 사용 시 가장 어렵게 여기는 점은 공인인증서에 가입하고 다운 받는 방법이다. 막상 컴퓨터 하드에 다운 받고도 어디에 다운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CEO도 상당수였다.

CEO 16%만 개인 블로그 운영

CEO가 공인인증서 다운보다 더 어렵게 느끼는 게 있다. 바로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글을 편집하고 사진 올리는 것은 둘째치고 홈페이지 주소를 만드는 것부터가 미지의 세계다. 설문 결과에서도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CEO는 전체 42명 중 7명(16%)에 불과했다.

CEO가 IT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CEO라는 직업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CEO는 손에 꼽힐 정도다. CEO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사업계획을 발표하면 부하 직원이 구체적인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보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정관리 역시 비서가 하기 때문에 스케줄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자판을 두드리는 게 느린 증권가 A대표는 아예 자신의 e메일을 비서에게 관리하도록 했다. 비서가 e메일 내용을 보고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일러주고 답장을 보내도록 한다.
CEO가 IT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데는 나이 탓도 있다.

30대 젊은 CEO들은 IT기기 제품에 익숙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MP3, 컴퓨터 게임 등 IT기기를 사용하면서 커왔기 때문이다. 반면 60~70대 CEO는 IT기기가 왠지 낯설고 겁이 난다. 기계에게 뭔가를 맡기는 게 미덥지 않아서다. 또 기능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포기한다. 대신 펜을 이용해 종이에 글을 쓰거나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직성이 풀린다.

1차원적인 소통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중견기업 A회장은 직원이나 자녀에게 “컴퓨터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마우스만 움직이면 쇼핑부터 은행 거래까지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지만 개인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CEO가 IT기기를 제대로 쓰지 못해 불편을 겪기도 한다.

기계치 CEO가 공통적으로 꼽는 게 커뮤니케이션과 인맥관리의 어려움이다.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S대표는 최근 새로운 인터넷 유머나 신조어가 나오면 공부를 한다. 지난 연말 회식 자리에서 한 부하직원이 “대표님, 킹왕짱(King, 왕, 짱의 합성어)입니다”라는 말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할 때 그만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듣는 단어에 순간 욕인지, 칭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냥 웃으며 넘겼지만 젊은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젊어질 필요가 있다고 절실히 느꼈다. 요즘 그의 수첩 한편에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흠좀무(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등 인터넷 신조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기계치 CEO는 은퇴했을 때도 인맥관리의 어려움을 느낀다. 은퇴 후에는 일정관리를 해주던 비서가 없어 CEO가 직접 e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A씨(67)는 지난해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지인에게 딸 아이의 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급한 마음에 딸을 비상연락책으로 삼은 것.

반대로 IT기기를 잘 다루는 CEO도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휴대전화 얼리어답터다. 평소 휴대전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시제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사용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 무선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영화나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해 감상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소문난 얼리어답터다.

장거리 이동 때는 애플 아이팟(iPod)으로 음악을 듣고, 해외 출장 중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전자제품 매장을 찾는다. 평소에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MP3 등 첨단기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용덕 엔비디아 지사장은 “CEO들이 IT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T기기는 세계 정보 흐름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 같은 거죠. 새로운 기술이 연구되고,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돼 새로운 IT제품이 나오는 겁니다. IT 지수가 높을수록 정보 파악이 빨라 기업에 필요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글 염지현 기자, 사진 중앙포토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careeryoo의 생각
    비서가 다 해주는데 뭘… 조인스 매거진 magazine.joins.com 2009년 5월 23일 … “비서가 다 해주는데 뭘…” CEO는 휴대전화·컴퓨터 얼마나 활용하나. 글 염지현 기자, 사진 중앙포토. CEO들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의 여러 기능을 … CEO..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