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시도하는 23가지 이유(5)
-차례-
1. 자금차입 / 2. 주가관리 / 3. 투자유치 / 4. 기사회생 / 5. 제꼬리배당 / 6. 직접금융 조달 / 7. 기업 이미지 제고와 유리한 상거래 조건 / 8. 부실경영 은폐와 공적 과시 / 9. 기업의 처분과 합병 / 10. 원활한 인·허가 / 11. 경영권 유지와 지배력 강화 / 12. 주식 상장 / 13. 각종 홍보용 지표로 활용
재무제표를 실제보다 나쁘게 분식하는 경우(역분식결산)
14. 탈세 / 15. 비자금 조성 / 16. 기업 재산 유용과 횡령 / 17. 인건비 절감과 구조조정 / 18. 재무관리 / 19. 가격 인상 / 20. 이익배당 축소 / 21. 사회적 비난 배제 / 22. 수혜기간 연장 / 23. 생산 실패 숨기기가 만든 분식
* 이 연재가 끝나면 [분식회계에 대한 대책(처방)]을 올리겠습니다.
자. 기업의 처분과 합병
기업을 처분하거나 합병하고자 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시도한다.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매출과 이익이 증가해야 대주주의 주식 가치가 높아져 비싼 가격에 처분할 수 있을 뿐더러 기업 합병 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옛 현대전자인 하이닉스반도체가 1999년 한 해 2조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 당시 정부가 반도체 빅딜을 추진하던 때여서 하이닉스가 상대방인 LG반도체를 누르고 합병 주체가 되려고 의도적으로 몸집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하이닉스는 1999년 10월 LG반도체를 합병했고 2000년부터 해마다 의도적으로 적자를 만들어 가며 부풀렸던 이익을 꾸준히 줄였다. 그 결과 2003년 말에 이르러 분식 상태를 완전(?) 해소할 수 있었다.
썩을 대로 썩은 회사, 자본이 완전 잠식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장법인 A사의 대주주 K회장은 행운아였다. 그처럼 껍데기만 남은 부실기업을 제값 받고 B그룹에 팔아 넘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L사장을 비롯해 재무관리 담당 P상무, 경리부 L차장 등 분식회계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몇 년 간의 분식회계 작업에 시달리던 임원과 간부들은 회사의 경영권이 B그룹으로 넘어가자마자 K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위로금을 받고 긴 세월의 사기 행각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나자 놀라운 사태가 벌어졌다. 부실기업 A사를 멋모르고 집어삼킨 B그룹 전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결국은 연쇄 부도를 내고 쓰러졌던 것이다.
차. 원활한 인·허가
특정 사업 분야에 신규 진출하고 할 경우, 또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때 관계 당국의 인·허가를 용이하게 하려고 분식회계를 시도한다. 매출액, 자본금, 총자산, 이익률 등 적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인·허가가 원만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허가 관련 당국이나 담당 공무원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고 규정에 얽매여 도식적인 평가서를 작성하게 마련이다. 과거의 금융기관 직원들이 기업의 신용 평가를 진행할 때, 내부 규정과 틀에 박힌 재무분석에 집중하던 사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실정이 그러니 조작된 재무제표를 제출하여 높은 평가 점수를 얻어야 신규 사업 분야 진출이 빨라지게 된다.
카. 경영권 유지와 지배력 강화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재벌 기업 총수가 ▲상장법인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시도한다. 비상장 계열기업의 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한 부(富)의 상속과 증여, 지배력 강화 등에도 분식회계가 절묘하게 이용된다.
회사의 이익을 부풀리면 배당을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주가가 높아져야 주식 거래로 거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개인적인 수익이 많아져야 주식 지분율을 높일 수 있고 관계회사를 늘려 갈 수 있다. 재벌 기업의 계열사들끼리 빈번한 거래를 한 것처럼 속이고 관계회사들의 매출을 서로 증가시키는 수법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계열기업들이 늘어나고 기업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도모하는 데 유리해진다. 경영권 유지와 지배력 강화가 필요할 때는 주주와 관계회사, 대주주와 출자 회사, 관계회사와 관계회사 등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를 악용하여 분식회계를 시도한다. 특히 종속 관계에 있는 비상장 자회사들을 철저히 활용하여 관계회사 투자유가증권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거나 상장법인의 대규모 차입금과 매입채무 등 유동성 부채를 숨긴다.
소위 그룹 총수라는 대주주가 부당 이득을 취하기 위해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을 앞세운다. 장외에서도 거래되지 않아 가격을 알기 힘든 비상장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장법인에게 팔아 버린 뒤 그 손실을 숨기려고 분식회계를 시도한다.
이 밖에 경비 지출을 감추기 위해 그 비용을 협력회사에 투자한 것처럼 위장한 뒤 실질적인 비용을 자산으로 둔갑시켜 이익을 부풀리는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된다. 사업 규모가 큰 대기업 집단일수록 인수, 합병, 관계회사끼리의 담보 제공·금전 거래·물품 거래 등 부당 내부거래 등을 통해 지배 구조를 확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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