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마을 체험은 국내에서 해외 연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교육 비용 때문에 고민하던 많은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입소해 체험 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가 5박6일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수업 프로그램의 학습 흥미 유발 정도에 대해 96%(매우 그렇다 40%, 그렇다 38%, 보통이다 18%)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또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해소에 도움이 됐는가 하는 질문에도 97%(매우 그렇다 40%, 그렇다 42%, 보통이다 15%)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질적인 호감도의 잣대라고 할 만한 재방문 의사에서도 응답자의 87%가 다시 오고 싶다고 답했다. 주말 가족 프로그램 입소자를 상대로 한 별도 조사의 경우 그 비율은 무려 99%에 달했다.
서울 풍납동 영어마을이 지난해 개관 1주년을 맞아 10~11월 정규반에 입소한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양상은 비슷하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91.5%가 만족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서도 높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87.4%에 달했다.
영어 공부에 획기적 전환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볼 때 영어마을의 체험 학습 시스템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어마을에서의 체험 효과는 퇴촌 후 얼마나 오래 갈까.
최근 안산캠프에 다녀온 몇몇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영어 체험 학습의 사후(事後) 효과는 일단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의견은 대체로 한 가지 대목에서 일치했다.
바로 넘치는 자신감(confidence)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영어는 체험(experience)을 통해서만 자신감을 쌓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영어 교육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달 하순 학교 친구 70여 명과 함께 안산캠프를 다녀온 송준호 군(경기 부천 부인중학교 2년).
“외국인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생활해 봤기 때문에 앞으로 회화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는 표현도 막상 말하려면 떨릴 때가 많은데 이제 그런 일은 줄어들 것으로 봐요. 영어마을에서 친해진 외국인 선생님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려고 요즘은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요.”
어머니 박미숙씨도 “아이가 영어마을에 다녀온 뒤로 자신감이 늘고 스스로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하는 것 같아서 잘 보냈다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김다은 양도 영어마을 예찬론을 폈다. 김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닌 덕분에 영어 실력이 또래들보다 뛰어난 편이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더욱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식사나 게임 등 외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생활영어가 많이 향상됐어요. 미국에 1주일 동안 어학 연수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소득이 있었던 셈이죠.”
구보미 부인중학교 영어 교사는 영어마을에 다녀온 뒤 달라진 학교 풍경을 이렇게 전해준다. “예전에는 교과서를 모기 소리로 읽던 아이들이 이젠 틀려도 좋다는 식으로 크고 씩씩하게 읽어요.
주니어용 영어 신문이나 영어 교재 등를 추천해 달라고 문의하는 학생들도 생겼어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적극성이 많이 붙었다는 점이겠죠. 그래서 좀 더 오랫동안 영어마을에 체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듭니다.”
부인중학교보다 앞서 안산캠프를 다녀온 용인 언동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체험 효과는 뚜렷이 살아 있었다. 이영희 영어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1학기 시작할 때 아이들한테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2/3 이상이 싫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영어마을 체험 4일째 되던 날 안산캠프로 찾아가 보니 아이들이 글쎄, 전부 영어로만 말을 하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영어마을에서 너무 즐거워 한 것 같아 ‘이제 학교 수업은 재미 없겠네’라고 한 마디 던졌는데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은 뜻밖이었습니다. 눈을 반짝거리며 더 진지하게 영어 수업에 임하더라구요.”
이 학교 2학년 김효범 학생은 영어마을의 참맛에 빠진 경우다. 아버지가 영어 교사인 효범 군은 평소 듣기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좀체 귀가 트이지 않아 애를 태우곤 했다. 하지만 영어마을에 다녀온 뒤로 조금씩 귀가 열리더란다.
“영어마을에 가자마자 외국인 공포증을 없애려고 선생님들한테 먼저 다가가 인사도 하고 질문도 이것저것 많이 던졌죠.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도 2~3일째부터 외국인 선생님들의 발음이 귀에 들어오더군요. 이젠 학교서 영어 수업을 받는 게 재미있어요. 올 여름방학 때는 친구랑 같이 방학 집중 프로그램에 들어갈 거에요.”
"생활영어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닌 같은 학교 2학년 옥예진 학생은 벌써 토플 공부를 하는 실력파다. 하지만 예진 학생에게도 영어마을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기회가 됐다.
“진짜 외국처럼 은행, 도서관 등지에서 영어로 일을 처리하면서 생생한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외국인 담임 선생님과 친해져 사적인 대화도 제법 나눴는데, 이젠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예요.”
그러나 짧은 기간 영어마을을 체험했다고 해서 갑자기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일부 학생들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서 입소했다가 오히려 ‘질려서’ 돌아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말하고 듣기 위주의 체험 학습이 아직 문법 비중이 큰 학교 영어 성적에 곧바로 반영될 지도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영어마을에 체류하는 기간을 늘려주기를 바라는 교사들의 건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열린 태도일 것이다. 이영희 교사는 “아이들이 교과서에 갇힌 영어만 배우다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영어를 익힘으로써 영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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