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4일 화요일

일본진출 고급 IT인력 무슨일하나 했더니…

상당수 계약직ㆍ불법체류 신세

일본진출 IT엔지니어의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에 계약직 신분으로 코딩작업 등 단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일 IT인재교류협의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진출 한국 IT엔지니어 수는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들의 일본 진출이 증가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처우나 활동실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국내 IT엔지니어 상당수가 정직원이 아닌 하도급 IT업체의 계약직으로 초급 SW언어 코딩이나 시스템을 밤샘 관리하는 기피직종에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를 통해 고급 SW기술을 습득하거나 프로젝트 매니저 또는 SW 아키텍처로 성장할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이들은 일본인에 비해 크게 임금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각종 보험혜택을 포기하고 불법체류 신세를 스스로 택하고 있다.

현지 한 IT엔지니어는 "어차피 계약액이 정해진 만큼 소득을 늘리기 위해 세금납부나 연금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한국인 하청업체 사장은 직원들의 편법 취업을 방조하거나 이직을 막기 위해 비자를 관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IT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본진출 엔지니어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이같은 상황 때문에 3년 정도 고생한 뒤 돈벌어 국내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며 "인도의 IT엔지니어들이 미국 SW업계 주류로 진출해 핵심 개발업무를 맡거나 퇴사 후 현지 벤처창업 또는 인도 국내로 복귀해 IT아웃소싱 사업을 진행하며 인도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산업협회 산하 한일 IT인재교류협의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 해외 IT엔지니어 모집을 시작해 2010년까지 5만 여명을 모집키로 이들 국가와 협정을 체결했으며, 현재 협의회를 통해 파악된 일본진출 인력만 1만여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아이파크도쿄나 현지 진출 한국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출입국관리사무소 정식 기술비자를 취득한 외국인노동자는 3만4000여명(2004년 말 기준). 이 중 일본 IT 업계에 취업한 한국인은 3000여명으로 추산돼 업계 추정(3만여명)대로라면 90%가 불법 취업인 셈이다.

최근 수년간 일본 IT경기가 회복되면서 언어가 자유롭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IT기술수준도 뒤지지 않는 한국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인력이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하청업계에서 한국계 IT인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IT엔지니어들은 "정규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과 목표를 수립한 뒤 도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퍼레이션재팬 염종순 사장은 "하청업체에서 맴도는 구조 때문에 한국 IT엔지니어들이 단기간에 고액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를 택하고 단순직을 수행하다 3~4년 뒤 귀국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IT인력 파견업체들이 한국 내 선진 IT시스템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