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영세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81.2%는 어린이날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기혼노동자도 이 같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석가탄신일, 현충일, 성탄절 등 공휴일에 쉰다는 응답은 20%대 수준이며, 심지어 선거일에도 87.8%가 출근, 선거권 행사마저 여의치 않다.
이는 경북대대학원 사회과학연구회, 맥리서치, 성서공단노조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로, 이들 단체는 성서공단 50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 27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4일부터 10월31일까지 3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기혼자는 71.3%를 차지했으며, 본인을 제외한 평균 부양가족 수는 2.8명이다.

어린이날 쉬는 노동자, 10명 중 2명에 불과
섬유의복 노동자 41.3%… 일요일도 출근
조사에 따르면 성서공단 영세노동자 절반에 가까운 44.1%는 점심시간이 30~40분에 불과하며, 30분 미만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도 2.2%나 해당됐다.
성서공단 노동자 가운데 일요일이 주휴일로 확보된 노동자는 71%로 10명 중 3명은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섬유의복 업종 노동자의 경우 58.7%만이 일요일이 휴무일이라고 응답했다.
노동절 역시 59.9%만이 쉰다고 응답했으며, 4대절(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에는 절반에 가까운 42.3%가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날이 휴무일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18.8%에 불과했으며, 성별에 따른 차이와 결혼 여부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으나 모두 출근률이 높게 나타나 성서공단 영세노동자들의 자녀 대부분은 ‘어린이날’마저도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선거일 휴무여부를 조사한 결과 13.2%가 쉰다고 응답했다. 특히 섬유의복 노동자의 경우 선거일에 쉬지 않는다는 응답이 100%로 공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선거일 휴무가 영세노동자에게는 무색해짐을 알 수 있다. 성서공단노조는 “출근시간대를 1~2시간 늦추거나 근무 중 투표시간을 준다는 응답도 있었으나 자가용이 없는 경우 출근 시 통근차 배차 유무에 따른 불편함과 근무 중 짧게 주어지는 투표시간으로는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요일에 쉬는 노동자는 0.4%에 불과했다. 이들 성서공단 영세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근로일수는 26.1일로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근로일수보다 3일이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달 평균 쉬는 날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섬유의복 3.2일, 전기전자 4.3일, 자동차부품과 석유화학은 4.1일로 나타났다.
한달 임금 총액 147만원
이들 성서공단 영세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총액은 147만원으로, 한국 제조업 월 평균 임금 240만4천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또한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낮다는 응답도 있었다. 조사단체는 “성서공단에서 지난 4년간 최저임금제 홍보와 고발사업을 진행한 결과 최저임금준수율은 비교적 높아졌다”고 밝혔으나 “최저임금 적용의 내부를 들어다보면, 최저임금액이 매년 일정하게 인상됨에 따라 사업주들이 그간에 수당이나 상여금으로 지급해오던 명목의 금액을 기본급 명목으로 전환하여 지급하는 방식 또한 늘어나는 등 편번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체 응답자 가운데 노조가 있다는 응답은 0.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더 열악한…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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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가입과 관련해서는 정규직은 90%가 가입된 데 비해 비정규직은 20%만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열악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가운데에서도 비정규직은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다.
성서공단노조 등 실태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영세사업장 노동자 중 특히 50인 이하의 사업장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근로기준법,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여성·고령·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이중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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