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3일 월요일

‘쓸만한 사람’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등돌려

귀금속을 제조·유통하는 중소업체 H사는 지난 2월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을 14명 뽑았다. 지금도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신입사원은 10명. 한 달 사이 4명이 그만두었다. 이들은 회사를 떠나면서 “대기업으로 옮긴다”고 말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사는 한 달 동안 신입사원 교육 등에 1인당 500만원의 비용을 썼다. 하지만 돈보다 신입사원이 무더기로 나가면서 다른 직원들의 사기를 해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인사부장 이모씨는 “취업이 힘들어지자 요즘 대졸자들은 여러 회사에 지원해, 일단 합격한 회사를 다니다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면 곧장 떠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자에겐 구직난(求職難)이지만, 중소기업은 매년 채용시즌 때마다 인재확보 비상이 걸린다.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일단 중소기업에 입사한 뒤 대기업에 취직이 되는 순간 떠나는 ‘우회취업’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애써 세워놓은 인력운용 계획이 헝클어지기 일쑤다.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직한 대졸자의 38.1%는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라고 입사 이유를 밝혔다. 반면, 지난해(2004년 3월~2005년 3월)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최근 1년간 평균 이직률은 12.1%였다.

중소 제약업체인 Y사는 지난 2월 정기 공채 때, 필요한 인력보다 10% 더 많은 42명을 채용했다. 예상대로 6주간의 교육기간 중 7명이 회사를 떠났다. 미리 여유있게 뽑아놓지 않았다면 낭패 볼 뻔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Y사는 직원들이 나중에 더 나갈 것에 대비해 올 하반기에도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아무리 급여를 높여도 대기업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며 “중소기업으로선 떠나는 인력만큼 계속 채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중소기업을 떠난 신입사원의 빈 자리는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경력사원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근무를 진심으로 원하는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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