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4일 화요일

수석졸업자들도 정년 보장 등 안정성 높은 공무원·공사 선호

 

국민일보 취재팀이 서울 시내 21개 대학 단과대 수석졸업자들의 1년 후 진로를 추적·조사한 결과 미취업자 비율이 지난해 21.9%에서 3.6%로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20대 대졸자 실업률이 5∼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단과대 수석졸업자들의 미취업자 비율은 상당히 낮은 셈이다. 하지만 취업 1년이 안돼 4명이 정부출연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돼 정년이 보장되거나 직업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공사 계통을 선호하는 최근 20∼30대의 구직 트렌드를 실감케했다.

◇지난해 미취업자 절반가량이 취업=지난해 미취업 상태였던 23명 가운데 11명(47.8%)가 1년 사이 취업에 성공했다. 고시준비생 10명 가운데 3명도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경우 취업자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졸업 뒤 6개월 이내에 취업했고 나머지는 졸업 6개월 이후 취직했다. 모 대학 인문계열을 전체수석으로 졸업하고 지난해 3월 중소기업에 취직한 임모(24·여)씨는 "높은 학점으로 성실성을 인정받아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중 대기업 입사자는 1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취업재수생의 응시를 제한하는 등 대기업들이 졸업한 지 6개월이 넘은 구직자의 입사를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취업자 중 계속 구직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대학 때 평균학점이 4.5점 만점에 4.35점이었던 그는 "횟수를 셀 수 없을만큼 입사원서를 넣었는데 단 1차례도 붙지 못했다"며 "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학과 공부만 한 게 아쉽다"고 했다.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작년 미취업자 7명 가운데도 미취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취업자 27명 중 17명은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은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4명의 진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작년 대학원 진학자 27명 중 21명은 같은 대학원에 재학중이었고 6명은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해 고시준비를 한다고 답했던 것은 10명으로 이중 2명은 고시에 합격했고,1명은 고시를 포기하고 다른 직장에 들어갔다. 4명은 올해도 계속 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2명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 해외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답한 7명의 경우 모두 전화가 '결번'이라고 안내되는 것으로 미뤄 유학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직 현황=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정부출연기관으로 자리를 옮겼고,B씨도 대기업 건설사에서 정부출연연구소로 이직했다. C씨는 정부 위원회에서 다른 정부 위원회로,D씨는 홍보대행사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A씨는 "연봉이 이전 회사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낮지만 개인시간이 충분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옮긴 직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직을 희망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5년 안에 이직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35명 취업자 중 8명(22.9%)이었다. 이 중 3명은 1년 내에 이직하겠다고 했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연봉이 낮다' '자기 시간이 부족하다' 등이 이유였다. 5년 내 이직을 고려한다는 한 수석졸업자는 "자기 계발 차원에서라도 이직이 필수인 시대가 아니냐"며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자 가운데 82.9%(29명)는 앞으로 대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유학갈 뜻이 있다고 밝혀 현재 상태로 직장생활을 계속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중 6명은 구체적 계획을 갖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혀 계획없다'는 3명에 불과했다. 연봉에 대해서는 응답자 20명 중 12명 60.0%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7명(35.0%)은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취업한 수석졸업자들이 공개한 연봉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는 4000만원,가장 낮은 액수는 1500만원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수석졸업자 26명 가운데 국내외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겠다는 대답은 6명 뿐이었고 13명은 취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무원·의사 역시 인기=이직한 4명 중 3명이 정부출연기관이나 정부산하기관으로 옮겨 고액 연봉 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구직 트렌드가 수석졸업자들의 진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광고대행사에 취업했던 모 여대 법대 수석졸업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공사 시험을 준비중이다. 그는 "대기업으로 이직한다고해도 오랫 동안 근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주위에서도 권했다"고 말했다.

 

의사가 될 수 있는 진로로 진학한 수석졸업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의과대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꿨던 수석졸업자(4명)는 이탈자 없이 모두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중이라던 수석졸업자 2명도 모두 합격해 올 1학기부터 재학중이라고 답했다. 일반대학원에 진학했던 한 수석졸업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83명 가운데 7명(8.4%)이 의대 출신이 아니면서도 뒤늦게 의사의 진로를 택한 것이다. 지난해 3월에 이어 1년만에 본보가 다시 조사를 실시한 수석졸업자들은,진로가 거의 고정된 법과대 경영대 사범대와 의학 및 약학대를 제외한 단과대 졸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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